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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장' - 전북도민일보 2012.05.29
김유라 | 2013-04-01 | 조회 1228


사람이 살다 보면 크고 작은 구설수와 겪지 않고 살아도 될 일들에 휩싸이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마다 모든 게 나의 부덕함으로 인해 생긴 일이고 긍정적 시각으로 위로도 해보고 지나고 보면 별일도 아니건만, 겪어야 할 당시에는 몹시도 힘들고 세상 사람들에게 실망하곤 한다. 평범하고 선량한 사람이 나는 아닐 거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가지만, 때론 악한 상황에 휘둘리게 되거나 헤어날 수 없는 극한 상황에 치닫게 되는 등 인간의 행동은 사소한 변화에도 취약하다.

평범하고 극히 일반적인 선량한 사람도 누구나 쉽게 악한 행동을 저지를 수 있는 환경적 영향을 다룬 루시퍼 영향을 생각해 본다. 루시퍼 영향은 행동심리학자 필립 짐바로도 교수가 스탠퍼드 모의 교도소 실험을 통해 인간 본성의 어두운 측면과 악의 근원을 파헤친 것이다. 1971년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에서는 스탠퍼드 대학의 지하 모의 감옥에 대학생 자원봉사자 18명을 무작위로 교도관과 수감자 두 집단으로 나누고 2주일간 교도소 생활을 하게 하는 것이다.

교도관의 역할을 맡은 실험자들이 교도관의 제복을 입고 수감자에 대한 권력을 거머쥐자 교도소의 질서를 위한다는 명분하에 얼차려로 점호를 시작하여 팔굽혀펴기, 침대 뺏기, 곤봉으로 찌르기 등 수감자들을 학대하고 인간적 모욕을 자행하는가 하면 급기야 폭력사태와 성적 학대에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반면 수감자의 역할을 맡은 실험자들은 자원하여 복역하는 지원자라는 사실과 본인이 원하면 언제든지 실험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것을 사전에 알고 실험에 임했음에도 불구하고 감옥 수감으로 인격과 자존이 무너지고 교도관의 부당한 학대행위에 처음에는 항거하는 듯했지만 결국 순종하고 말았으며 감옥은 극도의 공포와 폭력에 휩싸였다고 한다. 심지어 그 실험을 지켜보던 50여 명의 관찰자들마저 실험을 중단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동조하였으며, 외부인이 개입하여 실험의 비윤리성에 대한 강한 지적을 당하고서야 결국 2주 예정이었던 실험은 1주 만에 끝났다고 한다.

루시퍼는 천사 9계급 중 제1계급에 해당하는 가장 신뢰받는 천사로서 아름다움과 용기 그리고 기품을 가진 천사였으나, 신에 대한 반기를 들어 추방된 타락천사라고 한다. 루시퍼 영향이란 가장 신뢰받는 천사가 타락한 악마로 변하는 것과 같이 지극히 지적이고 선량한 사람도 누구나 쉽게 악한 행동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험이 아니라 실제로 관다나모 미군포로수용소에서 이와 유사한 일이 일어나 사람들을 경악하게 했다.

우리도 TV 극이나 주위의 어른들로부터 일제강점기 또는 6.25전쟁 시절 일본군이나 인민군들에 의해 농사지으며 순박하게 살아가는 촌부의 팔에 완장이 채워지면,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같은 마을에서 동고동락하던 사람들에게 무자비한 만행을 저지르곤 했다는 완장의 위력적인 효과를 접하기도 했다.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을 지켜보던 50여명의 관찰자들이 실험실의 비윤리성을 방관하고 동조하는 것처럼, 완장을 선망하고 남보다 튀어보고 싶은 단 한 사람의 물방울로 시작하나 완장 주위에서 이익을 취하고자 하는 무언의 물방울들이 모이고 모여 제방을 무너뜨릴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닐 수 있다. 아무리 잘 굴러가는 집단에서도 그 이면에는 엄청난 갈등이 내재해 있다는 것과 한 사람이라도 완장 콤플렉스에 걸려들면 그 집단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급격하게 난폭하고 분열하며 와해한다는 것을 경험하기란 어렵지 않다.

누구나 쉽게 행할 수 있는 악한 행동은 나도 완장과 같은 사소한 변화에 취약할 수 있고 나의 의지와는 다르게 순식간에 악의 나락으로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또한 내가 속한 조직과 주위에 나보다 우리가 똑똑하다는 겸손함과 낮은 자세로 충실하게 선한 나눔을 실천함으로 벗어날 수 있다.

집단의 악한 행동 또한 꿀벌, 개미, 흡혈박쥐 등과 같이 배려와 나눔을 겸비한 집단지성을 발휘하여 우리 주위를 돌아보고 우리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차이를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함으로 벗어날 수 있다.

바라건대, 완장을 선망하며 남보다 튀어보고 싶은 루시퍼와 이런저런 악의적인 소문들을 아주 생생하고 실감나게 실어 나르면서 방관하고 동조한 사람들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개인이나 집단이 악을 극복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나도 당할 수 있다’와 ‘나도 악의 루시퍼가 되어 남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겸허함으로 주위를 돌아볼 수 있는 세심한 배려와 관심이 필요하다.

전주기전대학 6대 총장 서정숙 



전북도민일보>오피니언>동서남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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