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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늦기전에 - 전북도민일보 2013.06.13
김유라 | 2014-06-13 | 조회 1767

 


지난 5월 말에 말산업 전문인력인 마사과 학생들의 현장실습 및 취업약정을 위해 독일을 방문하였을 때 50여 년 전 파견된 간호사들의 노후를 접하고 심한 충격을 받았다.

 독일인과 결혼하여 아들딸 낳고 50여 년을 독일에서 살았건만, 치매에 걸려 독일 말은 몽땅 잊고 오직 한국말만 할 수 있다. 독일 가족들은 한국말을 알아들을 수 없어 결국 소통이 부재하고, 가족으로서 교감이 없고, 부양할 사람이 없는 비참한 현실에 처해 있다. 한 인간으로 태어나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며 살 수 있는 시간을 돌이켜보면, 태어나고 성장한 한국에서보다 더 많은 세월을 독일에서 부대키며 살았을 텐데 뒤늦게 학습으로 습득한 독일 말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본능적으로 습득한 언어만을 구사한다는 사실로 유추하건대 결국 어린아이와 같이 되었을 때 죽음에 임하는 것 같다.
 

 온 국민이 가난하여 먹고살기 힘든 불과 50여 년 전에 꿈을 안고 독일에 건너간 간호사들이 땀 흘려 번 돈으로 동생들 교육시키고 가난한 집을 일구기 위해 송금하여 결국 고국은 부자가 되었건만, 정작 본인들은 3년만 더 있다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다짐을 반복하면서 연금을 일시금(본인의 부귀영화보다는 아마도 다급하게 요구하는 고국의 가족들에게 송금했을 것이다)으로 타 버리는 통에 정작 늙고 힘없는 60~70대 노인네가 된 지금 한국으로 돌아가 의탁할 수 있는 가족도 없고, 연금은 이미 일시금으로 수령하여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최저생활비 정도여서 초라한 노년을 보내는 분들이 많다고 한다.

 치매에 걸려 독일에 살면서 독일 말을 할 수 없는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을 못했을 것이고, 평생 헌신하며 같이 산 피붙이와 배우자로부터 버림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을 못했을 것이고, 열심히 일해서 번 돈 한국에 보내고 나중에 고국으로 돌아가 살 수 있는 기대가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기에 3년마다 연금을 일시금으로 받았을 것이고 미적거리며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돌이킬 수 없는 단계인 임계점을 지나버렸다. 이제는 이들이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누군가가 국내에 수용시설을 마련하면 좋겠다.

 모든 일에는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도 돌이킬 수 없는 임계점이 있기 마련이다. 임계점에 다다르기 전에 많은 신호와 예고가 있고, 그것이 있을 때는 시정이 가능한 시기이고, 다시 돌이킬 수 있으며 오히려 한 단계 더 발돋움할 수 있는 결단과 혁신이 요구되는 때다.

 세월호 침몰과 잦은 안전사고 그리고 작금에 보여지고 있는 사회 곳곳에서의 시스템부재와 고용의 경직성 등은 우리에게 보내는 예고다. 고도성장을 하며 만들어진 지난 50여 년간의 기간시설물 또는 시스템과 제도 등은 모든 면에서 그 내구연한을 다한 것 같다.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은 각종 규제 또한 사고 등도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할 수 없게 됐다. 귀족노조, 학생이 없어 폐과된 학과에 소속되어 있는 교수들 그리고 학과에서 제자를 성추행하고도 복직되어 판을 치는 노동관계 법규와 교육관계 법규 등도 급속한 시대의 변화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우리 대학의 경우에도 불과 10여 년 사이에 전산과, 영어과, 일어과, 식품제조과, 가정과 등 많은 학과가 폐과된 반면 애완동물관리과, 재활승마과, 언어치료과, 메디컬스킨케어과, 금융자산관리과, 부사관과, 플라워&웨딩스타일링과, 포렌식정보보호과 등 10여 년 전에는 이름마저 생소한 학과들이 신설되었다. 지나간 10년 사이에 학과의 변화가 이러한데 앞으로 다가올 10년의 변화는 그 폭이 더욱 클 것이다.

 이렇듯 시대의 변화에 따라 흥하고 쇠하는 게 직업이고, 이제 평생직장은 물론이고 평생직업도 없는 시대가 왔다. 사회가 급변하면서 직업도 급변하고 있고 그에 맞는 직무 능력 또한 급하게 변화하고 있어 그 능력을 배양해야만 한다. 항상 변화에 따른 능력을 키우지 않을 경우 자연스럽게 도태되고 만다. 최고학력인 박사학위를 소지한 교수들마저 직업의 변화에 따른 변신을 하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하다 가르칠 학생이 없게 됐고 수업이 없어졌다.

 더 늦기 전에 현직에 있을 때 다가올 미래 직업을 준비해야 한다. 건강할 때 다가올 육체적 노구를 의탁할 곳을 예비해야 한다. 독일에 살면서 치매로 한국말 밖에 할 수 없는 노인처럼 임계점을 지나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서가 아닌 더 늦기 전에 미리 준비하고 대비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전주기전대학 6대 총장 서정숙


전북도민일보>오피니언>동서남북 2014.06.13

http://www.dom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28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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